※ 아래 기사는 법무법인 마중 지소진 변호사님이 하청업체과 관련하여 작성하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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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를 찾아온 한 노동자의 말이다. 그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어온 ‘불법파견’의 모순을 정확히 관통한다. 그는 10년 동안 현대차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정규직과 나란히 서서 수만 대의 차량을 조립해 왔다. 스스로를 현대차 노동자라 믿었지만, 법적으로 그는 단 한 번도 출근한 적 없는 회사의 노동자였다. 현대차 공장 안을 떠도는 보이지 않는 ‘유령’과 같은 존재였다.
법적으로 ‘도급’이란 수탁업체가 스스로의 장비와 인력을 사용해 독자적인 완성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는 도급 관계에 있는 수많은 하청업체로부터 제작된 부품을 납품받아, 현대차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자동차를 완성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현대차 소속 관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납품한 부품을 조립한다는 점이다.
이는 도급이 아니다. 법률적으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 제조업 생산공정에서의 직접 파견을 금지하고 있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5조에 따라,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근로 형태다.
대법원은 이미 여러 차례 현대차의 사내하청 구조가 불법파견에 해당하며, 이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은 현대차 로고 아래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일하고 있다.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이 노동자에게 가혹한 이유는 단순히 ‘소속’의 문제가 아니다. 동일한 공정에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함에도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일임금은 고사하고, 경기 불황이라는 파도가 닥칠 때 가장 먼저 ‘해고’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도 이들이다.
산업재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 역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다. 원청은 직접고용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재예방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고,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 회사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노동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이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고독한 법정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원청과 하청 사이,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보이지 않는 유령은 오늘도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묵묵히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느 곳으로부터도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기업은 ‘경영의 효율성’을 말한다. 그러나 사람을 부품처럼 갈아 끼우고 버리는 행태를 결코 경영의 효율성이라 부를 수는 없다.
현대차는 수많은 유령노동자들의 희생과 땀 위에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제는 그 유령들에게 ‘진짜 이름’을 돌려주고,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 대해 정직하게 책임질 때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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