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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0년 넘게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조립과 도장 작업을 반복한 기아자동차 노동자의 목디스크(경추 추간판탈출증)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자동차 생산라인 특성상 작업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목 부담 작업이 장기간 누적됐다면 퇴행성 변화가 존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목 꺾고 위 바라본 채 반복 작업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최근 기아차 노동자 A(50)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공단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공단이 상고하지 않아 A씨의 승소가 확정됐다.
A씨는 2000년 10월부터 기아 화성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조립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8년 8월부터는 도장공정으로 이동해 근무하다 2021년 4월 ‘경추 제5-6번 추간판탈출증’을 진단받았다.
A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목을 숙이거나 젖히는 자세의 빈도와 강도가 낮아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승인했다. A씨는 공단 판정에 불복해 2023년 9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자동차 생산라인의 반복작업이 목디스크를 발생시키거나 악화시켰는지였다. 법원은 A씨가 실제 어떤 작업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폈다. A씨는 조립공정에서는 차량 실내 천장에 헤드라이닝(완충패드)을 설치하거나 선바이저를 조립했고, 실내등을 설치하기 위해 계속 위를 바라본 채 전동렌치를 사용했다.
루프안테나를 장착할 때는 차량 안으로 상체를 깊숙이 넣어 목을 옆으로 꺾은 상태에서 볼트를 체결했다. 열린 트렁크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작업하거나 천장을 향해 팔을 들어 올리는 행동도 반복했다. 도장공정에서도 차체 내부에 깊숙이 몸을 넣어 실러(코팅제)를 도포하고 차체 상단에 광폭 작업을 하는 등 목을 젖히거나 비트는 자세가 이어졌다.
“스스로 작업 속도 조절 못해, 하루 수백 대 조립”
‘생산라인 작업방식’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 A씨가 근무한 공장은 자동차가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하는 컨베이어 방식이었다. 조립공정은 하루 평균 약 365대, 도장공정은 약 226대를 생산했다. 작업자는 차량이 눈앞에 도착하면 곧바로 조립해야 했고,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작업속도를 늦추거나 휴식을 취하기 어려웠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A씨가 수행한 모든 작업이 목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선바이저 조립이나 브레이크 페달 조립처럼 경추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공정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목에 부담이 가는 작업을 하루 약 8시간씩, 약 20년6개월 동안 반복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여러 작업을 순환하더라도 부담이 큰 공정이 반복됐고, 장기간 누적되면서 경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순환근무 해도 누적된 반복 업무, 발병 원인”
1심 재판부는 △하루 수백 대 차량을 대상으로 반복작업을 수행한 점 △약 20년6개월 동안 같은 계열 작업을 계속한 점 △생산라인 특성상 작업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었던 점 △30대 중반인 2012년부터 이미 목 통증 치료를 받아온 점 등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1~2개월 간격의 순환근무로 일부 부담이 줄어든 사정은 인정되지만 경추에는 업무로 인한 상당한 부담이 계속 누적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경추 퇴행이 동일 연령대보다 심하지 않다”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의견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개인마다 퇴행성 변화의 진행 정도와 속도는 다르며, 같은 연령대보다 상태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업무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 7명 가운데 3명이 업무관련성을 인정한 사실도 함께 고려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법조계는 자동차 제조업처럼 여러 공정을 순환하는 생산라인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판단할 때 작업 전체와 장기간 누적된 신체 부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대표)는 “동일 연령대에 비해 경추의 퇴행성 변화가 양호하게 나타나더라도 개인마다 병변 진행 정도가 다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할 수는 없음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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